인생에서 서른은 누구에게나 의미있게 다가오나보다.
유독 30에 관련된 책들이 눈에 띈다.
서른살의 심리학
서른엔 뭐라도 되어있을 줄 알았다.
스물아홉 생일, 일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서른 살엔 미처 몰랐던 것들
등등등
'서른'이라는 단어 외엔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할 제목의 책들이 무슨 시리즈라도 되는 것 마냥 한 테이블 위에 쫙 펼쳐져 있다.
어차피 시간은 남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굴러가는 기계적 수치일 뿐이지만, 아무리 그렇게 생각한대도 2012년 1월 1일 0시 그저 TV만 보고 있었을 뿐인데 '젊음은 이제 끝났다'는 무언의 선고를 받은 듯 했다.
10진법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포기해야 할 것도 많았다.
애초에 난 이렇게까지 주관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자존심, 고집.. 이런것들은 스무살 여자에게는 매력, 서른살 여자에게는 히스테리로 불렸다.
오늘도 그냥 '서른.서른.서른'이라는 글자들을 마지못해 훑으며 지나가는데 새로운 책이 하나 눈에 띄었다.
서른넘어 함박눈 / 다나베 세이코 저
좋아하는 영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부분이 웃기다.
나는 혼자 사는 서른 한 살 여자이다.
특별히 혼자인 게 좋아서 혼자 지내는 건 아니다. 부득이하게 혼자인 것이다.
혼자 사는 건 어렵다. 오해받기 쉽다.
외롭지만 도도한 모습을 유지하지 않으면 모욕당하기 쉽다.
남자가 건드려주길 기다리다가도 막상 그런 일이 일어나면 의연하게 퇴짜 놓는 자세를 보이며 살아가야 한다. 기다렸습니다 하는 구석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런 면에서 나는 아직 멀었다. 도무지 좋으면 좋은 티를 감출 수 없으니까.
하, 유치한 연애소설을 읽어서라도 (이 소설이 유치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괜찮다는 위로를 받고 싶다.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누구도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는 지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