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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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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어른용도 어린이용도 아닌 ★ 잠든 사람들만 출입할 수 있는 백화점에서 꿈을 파는 사람들의 이야기 잠든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꿈을 구입하고,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꿈을 통해 살아갈 힘을 얻는다. 꽤 오래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길래 읽어보았다. 판타지를 좋아하진 않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재밌게 읽었고, 요즘 또 다른 베스트셀러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도 얻은 것이 있던 터라 기대했다. 좋은 소설을 가르는 나의 기준은 간단하다. 1.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거나 2. 감정의 동요를 느끼거나 아무리 말도 안되고 유치하고 뻔하더라도 위 조건 중 한 가지를 충족하면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아니었다. 꿈을 만들어 사고 판다는 발상만 있을 뿐, 딱히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감동적이지도 새롭지도 않은 사연들의 나..
[책]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결혼작전 눈치게임 ★★ 19세기 초 영국, 오만한 상류층 남자(다아시)와 그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여자(엘리자베스)의 사랑 이야기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런 남자가 이웃이 되면 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거의 모른다고 해도, 이 진리가 동네 사람들의 마음속에 너무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를 자기네 딸들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유명한 첫 문장이다. 로맨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려주듯, 소설 속 만남들은 그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눈치 게임 정도로 보였다. 이라는 고상한 한글 제목과 비교하면, 원 제목 은 라임을 맞춘 더 가벼운 느낌이다. 주인공들이 연애 스토리는 (만남의 무대와 방식이 조금..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매트 헤이그)/두 번째 인생을 살 방법 ★★★ 자살을 결심한 주인공이 죽기 전 마법의 공간(도서관)에서 다른 인생을 살아보며 '완벽한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잊어버린다. (중략) 하지만 일단 그 광활함을 알아차리고 나면, 무언가로 인해 그 광활함이 드러나면, 당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희망이 생기고 그것은 고집스럽게 당신에게 달라붙는다. -본문 中- 때론 자기계발서보다 소설 한 권이 삶의 태도를 변화시킨다. 얼마 전 읽은 책 중에서 어떤 사람이 한 말이 가슴에 와닿았는데 이 소설을 읽고 느낀 점이 그때와 비슷해서 그 글로 생각을 대신한다. 미국의 가수 겸 배우 바비 다린은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신이 인생을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당신은 한번 죽을 뿐이다. 당신은 여러 ..
[책] 진이,지니(정유정)/'악' 없이도 빠져드는 그녀의 소설 보노보(진이)의 몸에 들어간 사육사(지니)의 영혼이 진짜 자신을 되찾기 위해 펼치는 사흘간의 고군분투 보노보를 알 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구글에 검색해 봤다. '현존하는 동물 중 인간에 가장 가까운 동물' 강아지 종은 열 가지 정도 댈 수 있으면서 인간과 99% 유전자가 비슷한 유인원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외계의 다른 생명체가 본다면 인간과 보노보의 차이는 진이, 지니만큼이나 구별이 어려울지 모른다. 이 비슷한 속성 때문에 은연중 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게 아닐까. 또다른 주인공 민주. 그는 부모님도 내놓은 청년백수로 현실에서는 답 없는 인물이겠지만 소설 속에서는 참 매력적이다. 유일하게 보노보 몸에 갖힌 진이를 알아보고 그녀를 돕는다. 마지막에 주인공 진이가 해야 할 선택은..
[책] 프리즘(손원평) / 뭔가 다른 연애소설 프리즘 국내도서 저자 : 손원평 출판 : 은행나무 2020.09.15 상세보기 20~30대 네 남녀가 평범한 도시에서 사계절 동안 겪은 만남과 이별을 통해 성숙해지는 과정을 그린 연애소설 계절감이 많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뜨거운 여름에서 시작해 다시 여름으로 끝난다. 날씨와 함께 변하는 주인공들의 미묘한 감정을 쫒다 보면 잔잔히 마음이 울린다. 주인공들은 연애에 있어 각자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 연애를 시작하기 망설이는 사람, 제대로 이별하지 못하는 사람,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나야만 하는 사람 등등... 달달하고 설레는 연애소설은 아니다. 사랑 끝에 오는 감정에 집중한다. 회상하고, 후회하고, 인정하고, 극복한다. 여자 주인공이 전 남자친구의 사진을 보고 놀라는 장면이 있다. 자신과 있을 때는 세상 재미..
[책] 빛의 제국(김영하)/인간의 양면성 빛의 제국 국내도서 저자 : 김영하(Young Ha Kim) 출판 : 문학동네 2010.02.16 상세보기 서울에서 20년을 산 잊힌 남파간첩이 어느 날 즉시 북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을 받고 일어난 하루 사이의 일 남과 북을 사이에 둔 갈등과 숨막히는 추격전을 기대했으나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인간의 숨기고 싶은 양면성에 대한 이야기다. 표지의 낮인지 밤인지 모를 그림처럼.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등장인물들이 가진 모순을 찾는 재미가 있다. 똑똑한 커리어우먼인척 굴지만 20살 어린 남학생에 휘둘리며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아내, 야동이나 보면서 조는 게 일인 무능력한 회사 동료는 알고 보니 국정원 직원 등등 간첩처럼 기구한 운명을 사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사람들도 감추고 사는 다른 면이 있..
[책] 바깥은 여름(김애란)/아니 겨울 바깥은 여름 국내도서 저자 : 김애란 출판 : 문학동네 2017.06.23 상세보기 상실을 주제로 한 7편의 단편소설 하늘빛의 산뜻한 표지와 경쾌한 제목에 속은 기분이다. 우울 끝엔 표지 속 그림처럼 밖으로 박차고 나가고 싶은 욕구를 생기게 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아니었다. 애쓰는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끝까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김영하 작가의 단편소설집 '오직 두 사람'이 떠올랐다. 그 역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연의 일치인지 두 책 모두 '사라져 가는 언어를 마지막으로 구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작가는 슬픔이란 감정에 민감한 사람들인 것 같다. 이별, 그리움을 다룬 소설집은 많이 봤어도 기쁨, 환희, 행복을 다양하게 풀어내는 책은 못 봤다. 마냥 ..
[책] 종의 기원(정유정)/악인의 탄생 종의 기원 국내도서 저자 : 정유정 출판 : 은행나무 2016.05.14 상세보기 매일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하는 20대 청년 유진. 그의 유일한 일탈은 가끔 약을 끊고 맑은 정신으로 밤에 나가 달리는 것이다. 어느 날 밤 외출에서 정신을 잃은 후 깨어난 유진은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하는데... 사이코패스의 1인칭 주인공 시점. 본인이 살인을 저지른 것을 모르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더 긴장감이 넘쳤다. 그는 아마도 선택적으로 살인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린 것 같다. 그래야만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초반에 주인공 유진은 반듯한 청년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발작때문에 매일 먹는 약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늘 노심초사한 어머니의 감시 속에 얽매여 살아가는 불쌍한 아들. 그는 충분히 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