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ongKong mar. 2014
홍콩에 다녀온 이후로 서울은 꽤 조용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이 도시를 떠나 더 복잡한 도시로의 여행이라니……. 여유와 느긋함은 잠시 접어둘 용의가 있는 사람이라야 화려하고 역동적인 홍콩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본래 인구밀도가 높은데다 외지인이 넘쳐나니 정갈한 거리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냥 거리를 걷는 것도 어느 정도의 인내심을 필요로 할 것이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공사하는 소리, 앞선이가 뿜어대는 담배연기, 발걸음을 재촉하는 신호등 소리, 특히 이 신호등이 참 인상적이었다. 홍콩의 모든 신호등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가 난다. 일초에 한번씩 딸깍거리다가 파란불로 바뀌면 '따다다다다다다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것은 안전하게 건너라는 신호이기보다는 빨리빨리 건너라는 경고에 가까웠다.
도대체 이 시끌벅적한 섬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관광지로 만든 매력은 무엇일까?
1. 야 경 Symphony of Light
야경을 빼놓고는 홍콩을 말할 수 없다. 가이드 책의 '볼거리에 대한 기준'에 의하면 ★ 다섯개 '홍콩에 왔다면 죽어도 봐야 할 곳'은 <심포니 오브 라이츠>밖에 없다. 매일 밤 8시가 되면 음악과 함께 홍콩섬과 카우룽 반도에 있는 건물들이 레이저을 쏘기 시작한다. 사실 쇼 자체보다는 야경과 야자수를 배경으로 한 해변 산책로인 <스타의 거리>의 분위기가 더 근사했다.
2. 이색적인 탈거리, 스타 페리
홍콩에는 서울에 없는 교통수단이 두가지 있다. 트램과 페리이다. 느릿느릿한 트램은 교통수단이라기보다 관광지의 명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반면 페리는 현지인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 관광객들의 여행 코스에도 빠지지 않는 인기있는 교통수단이다.
배를 지하철과 다름없이 교통카드를 이용해서 간단히 탈 수 있다는게 새로웠다. 침사추이와 센트럴을 연결하는 노선을 타면 바다를 건너는데 약 10분 정도 걸린다. 관광지 및 다른 교통과의 접근성도 좋다.
3.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할리우드 로드
무더위로부터 벗어나고픈 홍콩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시원한 곳을 찾아 집을 짓기 시작한 곳이 바로 홍콩섬 한가운데 있는 미드레벨(Mid level) 언덕이다. 이 비좁고 가파른 언덕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00m 세계 최장의 에스컬레이터를 건설하게 되었는데 이 것이 홍콩의 특색있는 볼거리가 되었다. 올라가는 것만 보아서 내려갈 때는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출근시간에는 내려다가다 출근시간이 지나면 올라간다고 한다. 모르고 탄다면 그저 끝없는 엘리베이터일 뿐이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와 연결된 <할리우드로드>는 골동품으로 유명한 거리이다. 19세기 후반 영국군이 홍콩을 점령하고 이 거리를 닦을 때 꽝꽝나무(holly wood)가 많았다는 데에서 유래해 할리우드로드가 되었다. 그 시절 영국인들이 중국 골동품을 헐값에 사 나가면서 최대의 쇼핑거리가 되었으니 역사적으로 썩 유쾌한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떵어리를 자랑하는 센트럴 지역에서 예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홍콩은 작다. 첫날 홍콩에서 느낀 것은 '다다익선','포화상태'라는 단어이다. 사람이고 트렌드고 문화고 모든 것을 담으려는 듯이 뒤섞여 있다. 가이드책은 여행자들이 그 곳에서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스스로 '안봐도 무방한 곳'이라고 칭하는 곳까지 오만데를 설명하고 있다. 쇼핑이나 어떤 목적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일년에 한두번 기분전환으로 여행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홍콩의 현란한 간판이 마음에 들어 다시 오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적인 견해일 뿐 홍콩엔 지금도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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