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섬 여행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밀포드 사운드'였다. 북유럽에서만 볼 수 있는 줄 알았던 피오르드 지형을 뉴질랜드에서도 볼 수 있다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테아나우에서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은 인터넷이 되지 않아 구글맵 내비의 신호가 끊겼다. 외길이라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도착했다고 생각할 때쯤 갑자기 나타난 주차요원의 안내에 따라 의심없이 길을 들어 차를 세웠는데 그 때부터 당황했다. 주위에 크루즈는 커녕 그럴듯한 건물도 보이지 않았다. 근처에는 우리처럼 갈 곳을 못찾아 서성이는 무리들만 있을 뿐이었다. 의미없는 질문들이 오갔지만 길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다. 크루즈도 예약해 두었는데... 여긴 어디지?
다행히 구글맵에서 나의 위치 확인이 가능하여(아! 구글맵ㅜ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자세히 보니 길을 잘못든 것 같았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그곳은 보트나 카약을 타는 곳이었다. 94번 도로로 복귀하여 조금 더 가서 인포메이션센터에 도착했다. 주차를 해도 터미널은 잘 보이지 않아 긴가민가하며 10분 정도를 더 걸어 크루즈 터미널에 도착했다. 시간을 넉넉히 두고 왔으니 망정이지 온종일 차를 타고 크루즈는 타보지도 못할 뻔 했다.
밀포드 사운드에서 우리를 두번째로 당황하게 만든것은 '과연 이곳에 주유소가 있을까?'하는 두려움이었다. 밀포드 사운드는 사람이 사는 마을이 아니었다. 태고의 자연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여행자를들 위한 최소한의 장치만 있는 듯 했다.
테아나우에서 마지막으로 주유소를 보고 그 뒤로 본 적이 없는데 돌아가기엔 기름이 모자랐다. 인터넷이 안되니 어디에 주유소가 있는지 검색도 할 수 없었다. 답답할 노릇이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떠나온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우리같은 여행자들을 절망에 빠뜨리지 않으려는 듯 밀포드 사운드에는 주유소가 있었다!! 하.. 정말 무릎이라도 꿇고 감사 인사라도 드리고 싶은 순간이었다.
일찍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크루즈를 타겠다는 우리의 계획과는 달리 아주 촉박하게 크루즈에 올랐다. 안도감과 함께 피로가 함께 몰려왔다. 이걸 타기 위해 여기에 왔는데... 처음에는 밖으로 나갈 기력도 없었다. 와나카에서부터 쉴새없이 달려온데다 이리저리 헤맸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우리가 선택한 크루즈는 '리얼저니'였는데 생각보다 승객수가 적어 나름 쾌적한 투어를 할 수 있었다. 크루즈 투어를 즐기려면 갑판으로 나와야 한다. 여름인데도 바람이 거세서 추웠으니 옷을 두툼히 입는 것이 좋다. 어마어마하게 솟구친 산들은 그냥 보아서는 높이가 가늠이 안된다. (2,000미터에 가깝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돌고래나 물개같은 동물들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배 안에 머물렀던 시간이 길었던 탓인지 보지못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폭포 가까이 다가가서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장엄함을 그대로 느꼈던 것이다.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를 맞으며 스트레스도 날려 버렸다. 여러모로 고생했던 일정이었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Milford Sound / DEC. 2018
'여행 > 뉴질랜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질랜드 남섬여행] 10. 퀸즈타운을 마지막으로.. (0) | 2019.01.31 |
---|---|
[뉴질랜드 남섬여행] 9. 테아나우 글로우웜 동굴 투어 (0) | 2019.01.29 |
[뉴질랜드 남섬여행] 7. 다이나믹 94번 도로 (밀포드사운드 가는 길) (0) | 2019.01.16 |
[뉴질랜드 남섬여행] 6. 와나카 : 처음으로 만난 한식당 (0) | 2019.01.11 |
[뉴질랜드 남섬여행] 5. 후커 밸리 트랙 : 어메이징 트래킹 코스 (0) | 2019.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