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 초 영국, 오만한 상류층 남자(다아시)와 그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여자(엘리자베스)의 사랑 이야기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런 남자가 이웃이 되면 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거의 모른다고 해도, 이 진리가 동네 사람들의 마음속에 너무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를 자기네 딸들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유명한 첫 문장이다. 로맨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려주듯, 소설 속 만남들은 그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눈치 게임 정도로 보였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고상한 한글 제목과 비교하면, 원 제목 <Pride and Prejudice>은 라임을 맞춘 더 가벼운 느낌이다. 주인공들이 연애 스토리는 (만남의 무대와 방식이 조금 다를 뿐) 요즘 이야기들과 다를 바 없다. 처음엔 서로 앙숙처럼 티격태격하던 두 남녀가 오해를 풀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는 뻔한 이야기다.
그보다 주인공의 친구 샬럿의 선택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는 못생겼고 재산도 없었다. 그런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다각도로 매력 없는(다행히 재력은 있는) 남자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결혼에 골인함으로써 가난에서 벗어났다. 축복받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말했다. "내 생각엔 우리에게도 다른 어느 커플 못지않게 행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
맞다. 누가봐도 아름다운 주인공 커플만이 행복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도 누군가의 들러리이지 않은가.
Aug.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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