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이 로마소속이 아닌 독립된 국가임을 알면서도 입장권을 살 때 로마패스카드를 내밀었다. (로마패스카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로마 내 박물관 및 관광지의 입장료가 무료이다.) 바티칸이 도저히 하나의 국가라고는 생각이 안되는 것이다. 매표소 직원이 "로마패스카드는 안돼요!"하고 쌀쌀맞게 말했을때 왜지? 하고 갸우뚱하다가 '아~ 바티칸이지!' 했다. 친절하지 못한 그 직원도 이해가 된다. 아마 나처럼 멍청한 관광객이 많았을것이다.
면적 0.44km2의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 바티칸에서 본 어마어마한~ 것들.
cortile deele pigna
바티칸 박물관의 관람이 시작되는 솔방울 정원에는 투어에 참여한 전세계 사람들이 가이드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바티칸 박물관은 규모가 크고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도 방대하기때문에 계획없이 무작정 들어갔다가는 제대로 관람하기 어렵다. 오디오가이드를 듣는 방법도 있지만 박물관의 구조가 복잡해서 사전지식이 없거나 스스로 찾아다니기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면 투어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School of Athens 라파엘로의 아테네학당
아테네학당은 매우 큰 규모의 벽화이다. 그림 속 인물들이 거의 사람크기만 했던 것 같다. 이 벽화는 유명한 철학자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운데 걸어나오는 두 사람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하여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의 모습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그림의 하이라이트이자 주인공은 바로 라파엘로 자신. 그림 속 인물중 유일하게 그림 속 공간에서 벗어나 관찰자를 응시하는 듯한 라파엘로의 표정은 요즘 표현으로 치면 시크하다고 해야 하나? 건방짓듯도 하고 무언가 해탈한듯도 한 알듯 말듯한 표정이다. 이 그림을 그린 당시 라파엘로는 27살이었다고 한다.
Genesis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오디오의 나래이션에 의존하여 작품들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유독 이 천지창조는 찾기가 어려웠다. 시스티나성당을 세 번정도 뱅글뱅글 돌다가 분명히 있어야 할 곳에도 그림이 없자 결국 넋놓고 서있는 관광객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이 그림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천지창조를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도 몰라 가이드북에 있는 그림까지 보여줬다. 그러자 그 관광객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손가락을 위로 곧게 뻗었다.
바로 머리위에 있었던 것이다. 이 것이 바로 그 자리에서 찍은 사진.
나는 막연히 천지창조라는 그림은 <아테네의 학당>처럼 넓은 벽에 단독으로 그려진 것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손가락을 맞대는 그 그림은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에 그려진 아홉개의 시리즈 중 하나였다. <아담의 창조>라는 작품. 미켈란젤로는 율리우스 2세가 의뢰한 이 천장화를 완성하는데 4년이라는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 높은 천장에 40미터나 되는 그림을 그려야 했으니 오랜 시간동안 목이 얼마나 아팠을까!
Basilica San Pietro 성 베드로 대성당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성 베드로 성당의 내부는 그야말로 웅장하다. 그냥 봐서는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도 못하지만 천장 가까이 있는 그림 속 사람들이 들고 있는 작은 펜이 사람만 하다는 말을 들으면 그 크기에 압도된다.
Pieta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은 말이 필요없는 피에타. 어쩌면 조각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대리석으로 흘러내리는 옷자락을 저렇게 표현해낼수 있다니.. 섬세한 근육의 표현은 정말 사람을 굳혀 놓은 것 같다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이다.
지금 피에타는 안타깝게도 방탄유리안에 갖혀있어 자세히 보기 어렵다. 예전에 어느 미치광이가 악마라고 휘두룬 흉기에 맞아 처참하게 부서진 일이 있기 때문이란다.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으면 감동이 배가 되었을텐데... 여러모로 참 아쉬웠다. 다시는 이런 위대한 작품이 정신이상자로인해 훼손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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