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인문,경제,역사

[책]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코너 우드먼)

 

콩고의 수많은 소년들이 두더지 굴 같은 광산에서 주석을 캐다가 무너지는 흙더미에 깔려 죽거나 혹은 그것을 약탈하러 온 FDLR(르완다 해방 민주세력)의 총에 맞아 죽는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참 안됐지만 내가 어쩔 수 없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

 

콩고에서 나온 주석은 거의 모든 전자 제품에 쓰이며 과자나 음료수의 포장재료로 쓰인다. 광부들은 자기가 캔 광물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른 채 생존을 위해 주석을 캐고 그 것을 사는 사람들은 인권엔 관심이 없거나 알고도 모른척 한다. 시장에서 국경이 희미해진 지금 우리는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건 이들과 불편한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책에서 소개한 사례들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자본주의는 착취나 비윤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무바지한 이념이 아닐까 하는.. 

 

원점으로 돌아와 저자인 코너 우드먼은 '제 3세계 생산자와 공정한 거래를 약속합니다.'라는 슬로건이 적힌 커피를 마시다가 '정말 그럴까?'란 의문을 가지고 이번 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는 공정무역 로고가 붙은 커피를 마시며 기업의 투자로 생산자에게 더 많은 이득이 가기를 기대한다. 내가 이 커피 한 잔을 소비함으로서 아프리카 저 먼 땅에서 커피콩을 따고 있을 농부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정말 그럴까? 

 

기업은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부의 증대를 가져왔고 먹고 살 만해진 사람들이 윤리적 소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를 놓칠 리 없는 기업이 사람의 양심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해 이익을 얻는다. 그들이 대거 윤리 인증 사업에 뛰어든 시점은 물론 현재에도 공정무역재단이 설정한 커피 최저가는 실제 시장 가격에 한참 못미친다. 

 

그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도 자신이 착한 소비를 했다는 것에 뿌듯해 할 뿐 실제로 아프리카 농부의 삶이 나아졌는지는 관심 밖의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코너 우드먼이라는 사람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그는 위험천만하게 목숨을 걸고 제3세계 사람들의 삶에 뛰어들었다. 죽음의 공포에 둔감해진 현지인들의 지독한 일상을 체험하고 모험담으로 늘어 놓았으니 그도 알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본인은 혜택받은 사람들이란 것을. 그와 같은 혜택 받은 행동가가 많이 나타나길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