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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문,경제,역사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크랭클) / 아이슈비츠 수감 에세이

빅터 플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국내도서
저자 : 빅터 프랭클(VIKTOR E. FRANKL) / 이시형역
출판 : 청아출판사 200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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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이 실제로 아우슈비츠에 수감되어 살아나올 때 까지 경험한 믿지 못할 상황들과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의 심리변화를 적어 놓은 에세이

많이 힘들 때,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며 살고 있나 싶을 때마다 꺼내서 읽어보던 책이다.


테헤란의 죽음


페르시아의 어느 돈많고 권세등등한 실력자가 하루는 한 명의 하인을 거느린 채 화원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이 때 하인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 죽음의 신과 맞닥뜨리게 되었는데 죽음의 신은 그를 데려가겠다고 위협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인은 주인에게 주인의 가장 빠른 말을 빌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그러면 그 말을 타고 오늘밤 안으로 도달할 수 있는 테헤란으로 도망을 쳐서 죽음을 면해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인은 응낙을 했습니다. 하인은 허겁지겁 말을 타고 떠나갔습니다. 주인은 발길을 돌려 자기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인이 죽음의 신과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인은 죽음의 신에게 물었습니다.

"어째서 그대는 나의 하인에게 겁을 주고 위협까지 하였느냐?"

죽음의 신은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를 위협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늘 밤 테헤란에서 그와 만나기로 계획을 세워 놓았는데 그가 아직도 이곳에 있는 것을 보고 놀란 나머지 제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을 뿐입니다."


- 죽음의 수용소에서 中 -     

 


작년 가을이던가, 골목길에서 칼로 위협하는 모로코 남자를 만났었다. 영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황당할 정도로 침착한 대처를 했고 턱에 조금 상처는 났지만 무사했다. 

하지만 후유증이 컸다. 남자가 의도적으로 나를 기다린 듯도 하고 이 근처에서 동양 여자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는 길가는 사람 중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알텐데 해코지를 할까봐 겁이 났다.

며칠동안은 항상 다니던 그 길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 발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러다보니 외출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고 길가는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되고 하루종일 불안함에 떠느라 모든게 엉망이었다.

 

그 때 떠올린 것이 '테헤란의 죽음'이다. 내가 걱정한다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좌불안석해봐야 결국은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상심을 찾은 것은 그 때 부터이다.

 

해가 지날수록 많은 일들이 그렇다는 것을 느낀다. 위기가 기회가 되기도 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했던 일들 때문에 곤란해지기도 하고, 당장 일어날 불편한 일들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야 ..일어 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