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를 보고 유쾌한 인도영화인 줄 알았는데 마냥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다. 단순히 잘못 배달된 도시락때문에 알게 된 남녀의 연애편지 이야기가 아니다. 단역으로 등장하는 인물들도 저마다 사연이 있다. 목소리만 나오는 윗층 아주머니는 15년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천장의 팬만 바라보고 있는 남편을 위해 (정전이 되어도 팬이 돌아가게 할)발전기를 단다. 주인공의 직장동료 셰이크는 고아로 태어나 여러나라를 돌며 살아남기 위해 눈치와 거짓말의 달인이 된다. 이렇듯 다양한 고독에 직면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덜컹거리는 전철 소리로 영화는 시작한다. 주인공 사잔은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 손잡이를 잡은 자신의 팔뚝에 머리를 기댄 채 사는게 참 고단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삶은 늘 이렇게 자신을 흔들어댄다고. 죽어서는 절대 세로로 된 무덤에는 묻히지 않겠다고. 그는 오래전 아내와 사별했으며 은퇴를 앞두고 도시를 떠날 계획을 한다.
또다른 주인공 일라는 남편의 관심을 받길 바라며 정성껏 도시락을 준비한다. 남편이 그 도시락을 다 먹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여자다. 하지만 결국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 어디선가 가난해도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라고 들은 부탄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둘이 주고 받는 편지에는 서로를 유혹하는 내용이 없다. 자신의 얘기를 할 뿐이다. 그럼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받는다. 대화라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고 있다. 공감할 것이 없으면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나는 헤어진 사람들과 '일어났어?', '밥먹었어?' 외에 무슨 얘기를 했던가.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시련은 이겨내는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외면하고 살아가다 보면 어딘가에 도착해 있는 것이다.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걸까? 어제의 로또를 사는 사람은 없다는데 내가 그 멍청한 바보는 아닐까? 그것도 두고 봐야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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