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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뉴질랜드

[뉴질랜드 남섬여행] 4. 타즈만 빙하 투어 : 빙하의 말단에서

 호텔에 비치된 팜플렛을 보고 빙하투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빙하투어라.... 막연히 빙하란 것은 극한의 추위와 고통을 이겨내고 어딘가에 도달해야만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반팔을 입고도(실제로 반팔을 입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러면 추울것 같습니다;) 만질 수 있는 빙하라니. 이 투어에서는 빙하의 말단, 푸카키 호수로 흘러들기 전의 빙하들을 볼 수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경험이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지만 투어에 참여할 수 있었다. 총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며 허미티지 호텔까지 픽업 버스가 오고 다시 데려다 주는 편리한 투어였다. 빙하라는 단어에 지레 겁을 먹고 입을 수 있는 옷은 모두 껴입고 버스를 탔다. 12월은 뉴질랜드에서 여름이라 생각했던것만큼 춥진 않았다. 그렇지만 뉴질랜드의 여름을 만만히 보아서는 안된다. 하루에 사계절이 있다는 말을 가보면 알 것이다. 추위를 타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옷을 두툼히 입으라 권하고 싶다.

 버스로 태즈먼밸리(Tasman Valley)로 이동하여 30분 정도 가볍게 걷는다. 오전이라 아침 공기도 상쾌하고 처음보는 식물들을 보다보면 금방 목적지에 닿았다.

 호수에서 도착하여 짐을 락커에 넣고 여러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보트에 탔다. 빙하가 계곡을 지나갈때 부서진 가루들이 호수를 특별한 색으로 만들었다. 어제 보았던 테카포와 푸카키 호수를 아름답게 물들인 시초가 이곳인 것 같다.

Iceberg호수에 작은 빙산들이 곳곳에 떠있었다. 보트로 빙산 가까이 가서 빙하를 만져보기도 하고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감도 오지 않는 빙하를 맛보기도 했다. 경이로웠지만 이렇게 녹고 있는 빙하를 본다는 것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았다.

Ice Crystals 보석처럼 반짝이는 빙산의 조각. 보트를 운전하는 가이드가 친절히 얼음을 건네주며 그룹마다 사진을 찍어주니 미리 멋진 포즈를 생각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Terminal Face

이번 투어에서 가장 놀란 것은 빙하의 경계가 이토록 뚜렷하다는 것이었다. 마치 사하라 투어에서 사막의 시작점을 보고 놀랐던 기억과 흡사했다. 물이 녹는 것이니 빙하는 모호히 흐를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짧은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경계는 확실하고 아름답기까지 했다. 한참 그 접경을 바라보았다. 여행이란 것은 내 상식을 거스르는 무언가를 찾기 위한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Glacier Explorers Aoraki Mt cook / DEC.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