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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세이

[책]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에쿠니 가오리)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저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출판사
소담출판사 | 2004-09-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연애소설의 명수, 에쿠니 가오리가 자신의 '결혼생활'을 이야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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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생각해 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출근 시간에 하루도 빠짐없이 커피숍에 들르는 부부가 있다.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풍채가 좋고, 누가봐도 깍쟁이 일 것 같은 여자는 그에 어울리는 똑부러지는 목소리를 가졌다. 남자는 대체로 매일 표정이 같은데 여자는 기분이 좋아보일 때도 있고 화가 나 보일 때도 있고 시시때때로 다르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남자가 혼자 커피숍에 왔다. 주문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드는 동안 조용하던 남자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커피를 건넬 때 쯤 "저.. 죄송한데..."라고 쭈뼛대며 (나한테 죄송할것까진 없는데) 여자가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을 더 주문했다. 

 

아. 둘이 싸웠구나. 커피를 만드는 동안 저 무뚝뚝한 사람이 화해를 청할 장면을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그리고 여자는 그래도 행복할거라는 생각을 했다.  

 

 

에쿠니 가오리가 결혼생활에 대해 쓴 에세이 모음집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에는 'devil person'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해로운 것을 알면서도 끊을 수 없는 'devil food'처럼 결코 멀리할 수 없는 사람. 아마도 그녀는 devil person 때문에 화를 내고 또 그 때문에 웃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작가는 '결혼은 struggle'이라는 말을 인용해가며 한 남자와 산다는 것이 꼭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있지만 결혼을 안해본(=못해본) 나로서는 읽으면 읽을수록 이건 교묘한 자랑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로 다른 풍경 좀 보면 어떠한가.

 

끝으로 일주일에 이틀은 주말이라는 확실한 명제가 낯선 사람들이 생각만으로도 즐겁고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주말같은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