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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책] 7년의 밤(정유정)

 


7년의 밤

저자
정유정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1-04-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정유정의 신작 장편.7년의 밤 동안 아버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자신을 질책하며 사는걸까? 길게는 먼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고 짧게는 오늘 내뱉은 말을 후회하며... 나 또한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데 꼬박 30년이 걸렸다.

 

<7년의 밤>은 어느날 밤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하여 7년을 그 밤에 갖혀 살다 간 사형수, 더 정확히 말하자면 12살짜리 여자아이를 목졸라 죽인 뒤 강가에 던지고 그 아이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마을 사람들과 자신의 아내마저 죽인 (표면적으로는) 미치광이 살인마 '최현수'의 이야기이자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이다.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을 딱히 한 사람으로 정하기는 쉽지 않다. 살인마의 아들로 낙인찍혀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채 살아가는 '최서원'일 수도 있고, 자신이 학대하던 딸을 잃은 분노로 광기어린 복수를 준비하는 '오영제'일수도 있으며, 이 모든 사건에 개입되어 퍼즐처럼 진실을 맞춰나가는 소설가 '안승환'일 수도 있다.      

 

이 많은 캐릭터 중 멋있는 구석이라곤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최현수에 집중하여 보게 된 이유를 생각해보니 동정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까운 삶을 인정하며 부인에게조차 주눅들어 살아가는 모욕감. 자신이 그렇게 혐오해 마지않던 아버지를 닮아간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좌절감. '만약 그랬더라면'이라는 말로는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살인에 대한 죄책감. 

 

최현수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절망적 감정을 모두 다 가진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모든 것을 잃고 그래도 지키고 싶은 무언가 때문에 살아간다는 것이 연민을 느끼게 했다.

 

자극적인 소재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다소 짜증스러울만큼 불안감과 긴박감으로 일관하던 소설은 뜻밖의 결론을 내 놓는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서 본 구절을 여기서 보게 되다니.. 이렇게 긍정적인 메세지를 전하려고 사람을 그토록 사지로 내몰았나 어안이 벙벙했지만 사는게 죽는것만큼이나 힘들었을 현수의 아들 서원에게는 꼭 필요한 말이었던 것 같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스'라고 대답하는 것

 

 관련 글 : [책리뷰]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