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언덕에서 내려다 본 창의문로와 벽산빌리지>
종로구 청운동 2014. 04.
랜덤으로 배정된 청운중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달리 할 일도 없어 헛헛한 마음에 걷기 시작했다. 광화문에서 불과 십여분 벗어났을 뿐인데 도심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서울에 이런 동네가 있다는 데 놀라고, 시세 알아보다 다시 한 번 놀라고. 서울에 와도 우물안 개구리 신세는 여전하다.
윤동주 문학관
걷다보니 윤동주 문학관이 있었다. 윤동주가 연희전문을 다닐 때 종로구에 잠시 거처를 두었던 인연을 살려 문학관을 만들었다고.
윤동주 문학관은 소박하지만 철학적인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철학적이라는 말의 뜻은 뭔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는 뜻이다.) 제2전시실의 뻥뚫린 공간이 의미하는 바를 아직도 난 모르겠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시인의 언덕과 연결된다. 산을 배경으로 한 아기자기한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공원이다. 언덕에 올라가니 바람이 많이 불었다. 윤동주도 이 언덕에 서 괴로워 했을까? 그의 시에는 별, 바람이 유난히 많이 등장하지 않나?
바람이 불어
윤동주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여행 >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월정리 해수욕장, 해맞이 해안도로 (1) | 2015.12.07 |
---|---|
[서울] 한국은행 사거리 - 식민지 경성의 흔적 (1) | 2015.03.24 |
[순천] 순천만 - 자연이 주는 힐링 (0) | 2013.02.03 |
[여수] 오동도 - 바다가 닿을 듯한 산책로 (0) | 2013.02.01 |
[광주] 각화동 시화벽화마을 - 어렴풋이 옛생각이 (1) | 2013.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