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인슬리 전망대에서 내려와 바로 아래에 있는 전쟁기념관으로 향했다. 캔버라를 여행하려면 차가 꼭 있어야 할 것 같다. 대중교통을 거의 본 적 없다. 대신 차만 있으면 어디든 수월하다. 도로는 쾌적하고 주차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쟁기념관 메인 입구에 서면 국회의사당 방향을 향해 쭉 뻗은 안작 퍼레이드 거리를 볼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좌우 대칭이 잘 이루어진 이슬람 사원 같은 건물을 만난다. 어떤 영감으로 지은 것인지 궁금했으나 시드니 출신의 두 명의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정보밖에 얻지 못했다.
가운데에는 작은 성화가 피어오르는 연못이 있고 양쪽 벽에는 호주가 참전했던 국가명과 그곳에서 희생된 군인들의 명부가 있다. 기념사진에 많이 등장하는 이 장소는 추모를 위한 상징적인 장소이며 더 안으로 들어가면 엄청나게 방대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전쟁 역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아직도 분단의 아픔과 전쟁의 위험 속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전쟁 때문에 초토화되었다가 기적처럼 일어난 나라에 살면서 용산에 있는 기념관도 가본 적이 없다. 먼 나라의 전쟁기념관에 와서야 전쟁에 이토록 무지한 것이, 그 고통을 겪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생각했다.
어쨌든 수박 겉 핥기식으로 둘러본 뒤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이 익숙한 빨간 꽃의 정체는 무엇일까? 기념품샵에서도 이 꽃으로 여러 상품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의미가 있는 꽃인 게 분명했다.
Poppy. 양귀비였다. 양귀비를 알고 있었는데도 바로 알아채지 못했다. 양귀비 하면 떠오르는 것은 마약이지 전쟁이 아니었다.
이 꽃이 추모를 상징하게 된 기원이 있었다. 1차 대전에 참전한 캐나다 군의관이 참혹한 전쟁터에 흐드러지게 핀 양귀비 꽃을 보고 'In Flanders Fields'라는 시를 썼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의 영향으로 영국, 캐나다 등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양귀비꽃은 추모의 상징이 되었다.
예상치 못하게 꽃과 시로 전쟁을 아픔을 조금이나마 전달받았다.
Ju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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