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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여 안녕'이라는 한글 제목을 보았을 때, 여기서 말하는 '안녕'의 의미를 'Good-bye'인 줄로만 알았다. 힘든 날들을 이겨내고 희망을 맞이하려는 누군가의 이야기겠거니...
아마 나처럼 잘못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은 떠나보내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일 테니까. 만남과 이별의 인사로 '안녕'이라는 같은 단어를 쓰는 우리말로 번역했기에 생긴 오해였다.
원제는 <Bonjour Tristesse>. 굿바이가 아니라 헬로다.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p.11
소설의 첫 문장이다.
17세, 여름, 지중해, 작열하는 태양, 모래밭... 눈부신 배경 속에서 곧 성인이 될 소녀는 치받는 내면의 갈등을 누르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만들었다. 소녀는 생애 처음 슬픔을 느꼈고, 그 감정을 '슬펐다'는 세 글자 대신 멋진 문장으로 풀어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설 속 주인공이 허구임을 알면서도 자꾸 사강인 것처럼 느꼈다. 사람이 나쁜 길로 들어서려면 할 수 있는 온갖 스캔들로 유명한 작가. 마약 때문에 간 법정에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막말 같은 명언을 남긴 천재.
그녀의 사춘기 시절이 소설과 비슷했을까.
2020.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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