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남자들과 한 방을 쓰라고? (혼자 다니다 보면 생기는 치명적인 단점)
나는 대체로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번엔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먼 길을 떠나야 했기 때문에 투어에 참여할 수 밖에 없었다.
이 투어란 것은 친절한 가이드가 있고 안락한 잠자리와 식사가 제공되는 상품이 아니라 순전히 며칠동안 쉴틈없이 달릴 한 차에 가득 찰 인원을 모집하는 것으로, 그저그런 호텔과 사막 모래바닥에서 잠을 재워주기도 한다.
세계 각지에서 사하라 사막을 보고싶어하는 사람이 모여 출발을 하는데 대체로 그룹은 그룹끼리 모이고 나같은 나홀로족들이 따로 모여 한 차에 탑승하게 된다.
그리하여 62도라는 기록적인 더위속에 에어컨 없는 차를 타고 종일 달린 첫째날 도착한 호텔.
어서 빨리 씻고 눕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데 이 약삭빠르지 못한 성격때문에 뒤에서 꾸물거리다가 같은 차에 탔던 일본 남자 1명과 아르헨티나 남자 1명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 남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싱글룸은 기대하지 않더라도 도미토리 정도는 있겠지 생각했지만 왠걸..
열쇠 하나를 주고 셋이 가랜다.
"저기요.. 저희는 일행이 아니예요."
그랬더니 호텔 주인. 이 곳 특유의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의미의) 마치 전구다마를 한 손으로 빠르게 돌리는 듯한 손동작을 하며 열쇠를 다시 한 번 프론트 데스크 위에 소리나게 쾅 놓고 한 손가락으로 방을 가르킨다.
쓸데없는 소리말고 꺼지라는 것이다.
나도 여기 생활 2년이다. 이제 왠만큼 황당한 일은 화도 안나는 나인데 정말 어이가 없었다.
"장난해요? 나는 얘네가 누군지도 모른다고요!"
여기가 암스테르담도 아니고 명색의 이슬람 국가에서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인가.
그래봤자 방은 하나 뿐이니 나가서 자든지 마음대로 하란다. 주위엔 호텔은커녕 건물처럼 생긴 것도 없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아.. 같은 상황이라도 왜 '방이 하나밖에 안남아서 미안하게 됐다.'는 말을 못할까.
모로코에서 나를 가장 변화시킨 것이 바로 이 것이었다. 어떠한 일에도 절대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 약자에게는 더욱 강하게! 목소리 큰 사람이 무조건 이긴다!!
결국엔 2인실을 쓰기로 했던 모녀가 정말 고맙게도 나에게 같이 3인실을 쓰자고 하여, 남자 2명을 그 2인실로 보내고 소란은 일단락 되었다.
호텔의 대책이나 중재는 없었다.
그냥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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